감자꽃 편지
엊그제 나는조그만 밭을 하나 빌렸다 쇠스랑으로 땅을 뒤집고굳은 흙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씨감자는 씨눈 수 만큼 조각조각 쪼개지고 나뉜 그 아픔이다 한몸이었던 조각들의 상처난 감자를작은 고랑에 심었다 이젠 이 흙에 기대어작은 희망으로 줄 맞춰 눕고하얀색 자주색 감자꽃을 피운다 땅 속에서는서로 헤어지지 말자며가족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6월 하지 즈음,해가 가장 길어지는 그날 고랑 아래 포동포동 살 오른 감자들세상 밖으로 올라온다 다시 조각날 아픔이 없기를 빈다 두 손에 꼭 쥐어보고 싶다아픔을 동그랗게 보듬고 싶다 넌,살며시 쥔 손에서 웃고 있을까?